

노피의 코가 길어져 버렸어. 어느 판토나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지만 노피만은 코가 길어지지 않을 줄 알았는데. 노피는 첫 거짓말을 무심코 해버렸을 때 길어진 코를 보며 실망했다. 첫 거짓말은 좀 더 대단한 거짓말을 해버리고 싶었는데. 숙제를 집에 두고 왔다거나 실수로 그런 거예요. 라는 사소한 거짓말에 쓰고 말았다. 늘어난 코, 실망한 노피.
판토 마을은 디프로스의 번화가와 멀리 떨어진 숲에서 무리 지어져 살고 있었다. 엉켜진 미로나 함정이 없어도 사람들이 오지 않는 이유는 별로 가고 싶은 장소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질 나쁜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고 쓰레기가 마구잡이로 바닥에 뿌려지고 있지 않았는데도 별 이끌림 당하고 싶은 장소가 아니었다.
“뼈다리들은 말이야. 오히려 안개가 뿌옇게 있거나 축축한 흙바닥 속으로 빠지고 싶어 해. 우리 마을 주변을 보렴. 누가 와보고 싶겠니? 함정이나 미로는 안 돼. 그쪽이야말로 뼈다리에게 먹잇감을 주는 거야.” 아빠 판토가 잘 설명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판토 시시해!” “너도 언젠간 너 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프 먹으렴! 얘야!” 수프가 온다. 노피는 동그란 스푼을 들어 올렸다. 설탕이나 소금을 쓸 때 사용하는 거였지만 이 숟가락이 아니면 떠먹지 않았다.
판토 재미없어. 작년 여름방학 내내 노피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동네에서 자전거를 타고 삐거덕거리면 옆에 있던 친구들이 종종 노피를 불렀다. “우리랑 놀자!” 노피는 가늘게 뜬 눈으로 조금 쳐다보더니 다시 페달을 밟았다. 쟤네들은 너무 바보고 나랑 수준도 안 맞아. 저 녀석들이 판토의 존재 따위에 대해 생각하겠어? 머릿속에 재미난 것도 하나도 없겠지. 아, 머리 아파. 아이스크림이나 먹고 싶어.
노피는 그날 아이스크림을 샀고 방학 자유 연구 주제 글을 하나도 쓰지 못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아이스크림이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고 걷잡을 수 없을 때 아이스크림을 완전히 흘렸다. 그것도 옷 사이로. 찐득해! 찝찝해! 페달을 좀 더 밟아서 정원에 아무렇지 않게 던져두었다. 나무 바닥을 쿵쾅쿵쾅 아무렇지도 않게 밟아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상해-! 노피는 몸에서 틈을 발견했다. 틈이 있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닌데 정확히 말하자면 작은 나사 구멍을 발견했다. 이거 잘하면 풀 수 있는 거 아니야? 가느다란 바늘을 가져와서 그 구멍에 넣어본다. 조심조심-. 무섭지 않아. 오히려 재밌지. 문이 열린다. 작은 은빛 거울을 들어다가 들여다본다. 쿵쾅거리는 판토의 심장. 으겍-! 이게 뭐야. 끔찍해! 그렇지만, 노피는 그날 조금 더 판토를 사랑하게 되었다.



판토의 존재증명
노피
고구마
